어슬렁어슬렁, 그리고 우연한 발견
상하이 10년 차 거주자인 저도 몰랐던 이 공간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주말 오후, 남편과 함께 북와이탄 쪽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와이탄의 유명한 관광지는 너무 붐비니까, 조용한 뒷골목을 걸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시촨중루를 걸어가다가 눈에 띈 우아한 건물 하나. "여보, 저 건물 1층이 전시실인 것 같아" 남편이 먼저 발견했습니다. 1926년에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은 정말 위풍당당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은행인 줄 알았는데, 입구 쪽에 뭔가 전시 안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들어가 볼 수 있을까요?" 하는 마음으로 경비원 아저씨께 말씀드렸는데...대박이었습니다.
1926년으로의 시간여행
시촨중루 299번지 동양은행(The Bank of East Asia) 1층은 무료로 개방된 전시실이었습니다.
기본 정보
- 위치: 上海市黄浦区四川中路299号 (지하철 2/10호선 난징동루역에서 도보 10분)
- 관람시간: 평일 10:00-17:00 (무료!)
- 소요시간: 30분-1시간
전시의 하이라이트
1.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1920년대 상하이 금융가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사용했던 타자기, 계산기, 그리고 거대한 원형 금고문까지! 남편은 두꺼운 금고문 앞에서 한참을 구경하더니 "이게 진짜 100년 전 금고래"라고 감탄했습니다. 육중한 금고 문을 지나 옛날에 금을 담아 두었던 프라이빗한 금고를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2. 1926년 사무실 재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당시 은행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었습니다. 목재 책상, 잉크병, 만년필, 타자기까지... 마치 은행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 것 같은 생생함이었습니다. 사람 마네킹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여러분이 그 시대의 은행원인 양 앉아서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3. 벽면의 흑백 사진들
복도 벽면에 걸린 1920-1940년대 상하이의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시간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당시 상하이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였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4. 동양은행의 한국과의 연결고리
특히 한국인으로서 가슴 뭉클했던 건, 1920~1940년대 상하이에서 활동한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금융 거래 기록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직접적인 자료는 아니지만, 당시 상하이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다국적 통화 교환 문서들을 보면서 우리 선조들도 이런 공간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관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문 꿀팁 (한국인 관광객 필독!)
접근성과 연계 관광
- 지하철: 2호선, 10호선 난징동루역에서 도보 10분
- 주변 명소 연계:
- 와이탄 (도보 5분)
- 난징동루 쇼핑거리 (도보 10분)
- 예원 (도보 15분)
실용적인 팁
- 평일 오후 2-4시가 가장 한적합니다
- 사진 촬영 가능 (플래시만 금지)
- 무료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하세요
추천하는 이유
이런 분들께 강력 추천!
-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
- 인스타그램용 특별한 사진을 원하는 분들
- 사람 많은 관광지 말고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분들
- 상하이의 깊은 이야기를 알고 싶은 분들
상하이의 또 다른 매력
10년 넘게 상하이에 살면서도 이런 숨겨진 보석을 계속 발견하게 됩니다. 시촨중루 299 동양은행 전시실은 상하이의 깊이 있는 역사를 조용히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가 발견한 이곳에서, 1926년의 시간과 만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무료이면서도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을 놓치시면 정말 아까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상하이 오시면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이런 숨은 명소에서 진짜 상하이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분명 저희처럼 특별한 발견과 추억을 만드실 거예요!